
대한민국 야구 전설 박찬호와 대한민국 대표 ‘정신적 지주’ 법정스님의 소장품이 KBS 1TV가 야심 차게 선보이는 ‘100인의 감정쇼: 더 시그니처’의 첫 포문을 열었다.
29일 저녁 7시 40분 첫 방송된 ‘100인의 감정쇼: 더 시그니처’는 예술, 체육, 방송,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삶을 소장품, ‘시그니처’를 통해 조명하는 신개념 감정 프로그램이다. 물건의 감정(勘定)을 넘어, 소장품에 담긴 인물의 서사와 시대 정서를 함께 되짚으며 주목을 받았다.
박찬호는 “1997년은 저에게도 의미가 크다. 재단을 설립했다. 당시 소년소녀가장이 많이 생겼고, 학교를 못 가기도 했다. 실직자 자녀들, 아이들을 돕기 위해 재단을 설립해 장학금을 주고 학교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다. 야구하는 유소년에게도 목표와 꿈과 도전 정신을 심어주는 길을 걸어왔다”고 말해 감탄을 자아냈다. 재단 출신의 선수가 3명이나 KBO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LA다져스에서 활약 중인 김혜성이 ‘박찬호 야구캠프’ 1기 출신임을 밝히며 “본인이 받은 꿈을 전달해 주는 멋진 후배”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그가 선보인 ‘시그니처’는 메이저리그 첫 승 경기의 승리 공, ‘정신 집중’이라고 한글로 적힌 글러브, 그리고 1997년 시즌 마지막 경기 당시의 흙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스파이크로 의미가 가득한 물건이었다. 100인의 국민 감정단이 결정한 소장품 3종의 감정가 평균은 약 16억원이 나왔다. 이에 박찬호는 “생각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 나왔다. 더 크게 제 커리어를 인정해주신 것 같아 기쁘다”라며 깜짝 놀랐다. 한편, 전문 감정단의 감정가는 3억 4천만원이었다. 박찬호는 “100년 뒤 후배들과 후손들이 ‘시그니처’를 보고 꿈을 갖고, 절망에서 다시 도전하는 상징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적 스승으로 2010년 타계한 법정스님의 ‘빠삐용 의자’가 두 번째 시그니처로 등장했다. 법정스님의 첫 제자 덕조스님과 법정스님의 유발 상좌(출가하지 않은 제자)로 알려진 이계진 전 아나운서가 법정스님이 ‘무소유’를 집필하며 수행할 당시 직접 제작해 사용했다고 알려진 ‘빠삐용 의자’를 소개했다. ‘빠삐용 의자’는 법정스님이 생전에 영화 속 '빠삐용'이 절해고도에 갇힌 것은 인생을 낭비한 죄였다는 걸 보고 자신도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본다는 뜻으로 ‘빠삐용 의자’라는 이름을 지은 물건이었다.
특히 ‘빠삐용 의자’는 국가 유산청에서 ‘근현대 예비문화유산 찾기’ 공모전의 우수 사례로 선정하기도 해 그 가치가 남달랐다. 법정스님의 가르침과 온기가 담긴 ‘시그니처’에 100인의 감정단은 감정가 측정 불가라는 의견을 냈다. 전문 감정단 또한 ‘값을 매길 수 없는 귀중한 보물’을 의미하는 사자성어인 ‘무가지보(無價之寶)’라며 감정 포기를 선언했다. 덕조스님은 “세상과 적당한 거리를 두며 사유했던 ‘빠삐용 의자’가 수행자의 정신이 깃든 ‘정신적 유산’으로 오래 기억되면 좋겠다”라며 문화적 자산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게 했다.
정혜진 기자 jhj06@bntnews.co.kr